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방관자의 바다 태어나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나 또한 그들 중 하나,하지만 언제나 주인공으로 살아왔다.타인의 삶 속에서도나는 나의 무대 위에 서 있었다.사진첩을 펼치면언제나 중심엔 나의 얼굴, 나의 모습.내가 버린 것은 객(客),내가 태워버린 것은 타인의 주인공이었다.세상은 나로 가득 찼고이제 더 채울 것도, 남을 자리도 없다.그래서일까 —나는 돛을 잃은 배가 되어끝없는 바다를 헤맨다.물속으로 가라앉는 사진첩처럼나의 기억도, 나의 정체성도천천히 사라져간다.이제 남은 것은타인의 세상에서 머무는 객,방관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 더보기
창가의 고요한 기적 차가운 유리창에 머문 한 줄기 숨결,병든 소녀의 눈동자에 세상이 비친다.존시의 달력은 바깥 덩굴과 함께 흐르고,바람이 불 때마다 숫자들이 사라져간다.“이제 넷, 셋…” — 속삭이듯 사라지는 체념.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던 그 새벽,폭풍이 지나간 창가엔기적처럼 남은 초록 하나.앙상한 가지 끝, 여린 숨결로 매달린그 마지막 잎새는시간을 멈춘 듯 고요히 빛났다.흔들림조차 품은 침묵의 약속.그것은 캔버스가 아닌 벽에 새겨진한 노화가의 마지막 고백이었다.차가운 비를 맞으며 완성한,가장 따뜻한 그림 한 점.새 생명을 얻은 소녀의 미소 위로아침 햇살이 번져오고,그 희생의 초록은영원히 지지 않는 사랑이 되었다. 더보기
지워져 간다. 지워져 간다.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일상 속 작은 바람이 불어와기억 저편에 자리한소중했던 조각들을 하나둘 지운다.그렇게, 사라져 간다.잊혀야만 했던 삶과기억해야만 했던 추억을모두 품은 채,망각의 뒤안길로작은 바람은 스쳐간다.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간다.기억에 없는 어느 날 본 듯한,내 기억 속 한 조각을 찾아기억의 바다 속을 헤맨다.그러나 —나의 지난 날을 기억하지 못한 채,나는 그렇게,조용히 사라져 간다 더보기
🌙고요 속의 등불 헤아릴 수 없는 어둠 사이를천천히 걸어가는 영혼이 있습니다.그 품엔 조그마한 불꽃 하나,이름조차 부드러운—희망이라 부르는 빛.가녀리지만, 쉽게 꺼지지 않는긴 밤을 감싸 안는영혼의 잔잔한 숨결입니다.같은 물결에 자주 젖고 스며들면서도우리는 스스로의 손끝으로 흙을 매만지며따뜻한 둥지를 조심스레 지어갑니다.그 가장 깊은 곳에 마음을 눕히고,삶이라는 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지 않도록가늘지만 꺾이지 않는 중심을살며시, 단단히 세웁니다.넘어지고, 상처 입고거센 바람 앞에 조용히 몸을 떨지라도우리는 다시 고개를 들어맑고 투명한 아침을 기다립니다.고요 속에서가볍되, 깊이 있는 걸음을 내딛으며—저 또한 그러합니다.삶이 전해주는 고유한 떨림을두 손 가득 감싸 안은 채,세상의 빠른 걸음에 휩쓸리지 않고나만의 느린 선율을 따라.. 더보기
추억속에서 어느 날,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작은 책장에 놓인 낡은 사진첩을 열어  나를 감싸고 있던 빛바랜 사진들속에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웃던 나의 소중한 인연들을 떠올려 봅니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가슴 속 깊이 새겨진 이야기들속  아련한 추억속에 밀물처럼 말려드는 잔잔한 파도가 되어 다시금 흩어집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그때의 향기가 문득 스치며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그날의 기억만이 스치는 바람처럼 내 마음속에 살포시 울려 퍼집니다.  잊혀지지 않는 그 순간들 속에서 지나온날의 이야기는 아지랭이처럼 아련한 기억 속에 뭍혀 지워지지 않는 한 줄기 빛이되어 그리움으로 영원히 새겨집니다. 더보기
행복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고요히 미소 짓는다.하루의 시작은작은 이야기로 읊조리며 열린다.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잔잔한 미소 위로한 줄기 웃음이 터진다.살면서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도 좋다.나의 이 작은 하루가곧 행복이기에.시작과 끝이 정해진 하루 —그 짧은 시간을소소한 행복으로조용히 채워간다. 2023.11.21 / leopardx 더보기
무제 나는 한 순간도 나의 삶에서 나를 돌아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매일 살아가는 그 순간 조차 내가 진정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그 조차도 알려고 하지 않은것 같다. 하늘을 날다 무리에서 떨어져 갈길을 잃고 방황하는 기러기 처럼 나침판을 잃어버린 자그마한 돛단배가 되어 이 지상의 남겨진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건 잃어버린채로 잊었던건 잊은채로 지워져버린 기억의 한 뒷켠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뒤돌아보면 나의 시간의 뒤틀림속에 남겨진채 나는 날고 있는 것이다. 더보기
다시, 그 길 위에서 무거웠던 마음을살며시 내려놓고나는 모든 것을 잊은 채조용히 흘러 가고있다.숨 막히던 문턱 대신나만을 위한 길 위에 서서고요한 바람 하나에도내 마음을 실어 보낸다.무언가에 의미를 찾지 않았고,그 어떤 것도 나를끌어가지 못했다.나의 세상 속에서걱정들을 접어두고,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도 잊은 채가늘게 타오르는 불빛 하나그 빛을 따라나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다.그러나 길의 끝에서나는 조용히 뒤돌아본다.지나온 시간 속에새로운 삶의 온기를조심스레 채워 넣으며—먼 미래의 희망이 아닌지금,이 자리의 숨결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그렇게 또다시따뜻한 길의 의미를나는 지금도 찾아가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