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유리창에 머문 한 줄기 숨결,
병든 소녀의 눈동자에 세상이 비친다.
존시의 달력은 바깥 덩굴과 함께 흐르고,
바람이 불 때마다 숫자들이 사라져간다.
“이제 넷, 셋…” — 속삭이듯 사라지는 체념.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던 그 새벽,
폭풍이 지나간 창가엔
기적처럼 남은 초록 하나.
앙상한 가지 끝, 여린 숨결로 매달린
그 마지막 잎새는
시간을 멈춘 듯 고요히 빛났다.
흔들림조차 품은 침묵의 약속.
그것은 캔버스가 아닌 벽에 새겨진
한 노화가의 마지막 고백이었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완성한,
가장 따뜻한 그림 한 점.
새 생명을 얻은 소녀의 미소 위로
아침 햇살이 번져오고,
그 희생의 초록은
영원히 지지 않는 사랑이 되었다.
나의 작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