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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오는 하늘 밝아온다.저 멀리, 지평선 끝에서짙은 잿빛을 뚫고 솟는 태양.어둠을 통째로 들이켜 삼키듯세상을 향해 거대한 기지개를 펼친다.긴 이야기들을 조용히 내려놓고새벽의 장막을 고요히 걷어내며소리 없이 산등성이 위를서서히, 느리게 상승하는 빛.아픈 기억 속에서 흐르지 못한시린 마음을 감싸 안고 보낸 밤.그 작은 아이의 맘은 가시지 않고여전히 가슴 한켠에 먹먹히 남아 있는데.알아채는지 모르는지, 세상의 무게를 덜어내듯어둠을 누그러뜨리며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세상이 어찌 변한다 해도세계를 비추는 저 불멸의 원은그 누구의 멈춤도, 구애도 받지 않고저 높은 하늘을 향해 조심스럽게,다시 아침을 알리며,언제나 굳건히, 홀로 떠오를 것이다. 더보기
후회 후회 톡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저멀리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작은 강아지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바위에 부디치듯 들려오는 어느 바닷가의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에 봅니다. 잊고있었던 지난시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시간 그 시간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흐르듯 지나쳐버린 나의 시간 무엇을 잃은 듯이 지나쳐 버린 시간 이제는 돌아보며 후회합니다. 무심함이 전부인것처럼 나의 기억속에 지워버린 나의 일상을 후회합니다. 돌아보면 망각의 바람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져버린 수많은 기억을 후회합니다. 더보기
비가 지난 자리 비가 지나갔다.격렬했던 빗줄기가세상을 한번 긁고 사라진 자리에씻기지 않은 고독과마르지 못한 어둠만이작고 묵직한 앙금처럼 남아조용히 가라앉아 있다.모든 것을 비워낼 듯 퍼부었건만텅 빈 자리는 오히려잊히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차물비린내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비는 멎었지만차가운 땅 위에서는아직 젖은 연기가 피어오르고흐린 안개 뒤편에서는지우려 할수록 선명해지는어떤 날들이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그 기억들은길가의 잡초를 닮았다.비바람에 짓눌리고수없이 밟혀 모양은 망가졌어도뿌리는 뽑히지 않은 채어디선가 다시 고개를 든다.초라하지만 끈질긴 초록처럼내 지난날도사라지지 못한 채다시 내 안에서 돋아난다.세월이라는 바람에겉은 씻기고 닳아버렸으나비 온 뒤 눅눅한 오후처럼내 안에 고인 기억들 위로이름 없는 바람 하나 불어와젖은 .. 더보기
🌫 시간의 얼굴 시간은비늘처럼 잘게 쪼개진 은빛 결을 따라조용히, 그러나 지울 수 없게내 곁으로 스며든다.지나온 날들의 온도는손끝에 머무는 미지근한 바람처럼흔들리며 떠돌고세상은 그 위에서아주 가볍게 웃음의 잔결을 그려 올린다.변화의 뾰족한 모서리에 닿을 때마다시간의 아픔은축축한 그림자처럼 가라앉아심장 깊은 틈에주홍빛 울음을 비쳐낸다.물결을 흔드는 비늘빛처럼시간은 언제나 다가와산등성이의 어둔 숨결을 지나소리 하나 남기지 않고깨진 빛처럼 사라진다.한낮의 뜨거움에 말라붙은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그 마지막 향기만 아픔이 되어황혼의 끝자락으로 흩어진다.멈출 수 없기에더 짙어지는 이 흐름.영혼의 얇은 막도 남기지 않은 채오늘도 희미한 빛살을 흘리며끝없이, 끝없이사라져간다. 더보기
이미 알고있는 것들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아무것도 아니라는 걸.이미 부서지고 사라져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는 것을.이미 알고 있었습니다.강물 되어 나락의 폭포로 떨어지고,저 먼 바다로 흘러가 버린 나를.언제부턴가매일 반복되는 말처럼 되새기며,메아리 속에 사라지길작은 마음으로 소망했습니다.지우개로 빗물을 지우듯,수없이 지워보았지만이젠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알 수 없는 길을 가야 하기에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음을내 마음 깊이 새겨 넣었습니다.매듭이 언제 시작되었는지조차 잊은 채,시간의 굴레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아픔을 풀지 못한 채,잊으려 애씁니다.잊는다는 건내 마음속에 가두는 일.그래서, 잊는 대신한 장의 종이에 담아흐르는 강물에나 또한 흘려보내려 합니다. 더보기
미래... 삶이 힘들다고 느낄때, 하늘은 덧없이 푸르고, 햇살은 따스하게만 느껴진다. 그 세상속에서 하루하루 숨쉬며,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것은 신조차 알 수 없을것이다. 희망을 품고, 불안함을 감추며, 항상 웃고사는 내모습에 난 무엇을 그리며 살고 있는 것인가? 내가 나아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지난 시간에 내가 잃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되묻는 시간, 나에게 던져진 수많은 의문점들, 난 그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에 다시 한번던져본다. 내가 보고 배운 그 것들보다 내가 앞으로 보고 배울것들이 이 세상속에 얼마나 많은지 반문해본다. 난 더이상 정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더보기
호칭 내 삶을 잃는다해도 나의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는 단하나의 호칭. 그것은 나의 생명이며, 나의 거름이며, 나의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감에 기둥과 길이었기에 지금도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음에 더욱더 목이 메입니다.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슴을 찌어놓고, 이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내 나의 눈에 뜨거운 눈물을 고이게하고마는 그 호칭, 전 그 호칭에 한없이 소리내어 목놓아 울어보지도 못합니다. 남자이기에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가슴이 져며와도 부를 수 없음을 눈물조차 흘릴 수 없음을 가슴속으로 소리쳐 봅니다. 아버지... 지금도 아버지란 단어가 저를 나약한 아들로 아버지로 만들어 버리고, 모든 기억을 흐르는 물속에 송두리채 던져버리고 맘니다. 살아생전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없었던 지난 세.. 더보기
아버지 전상서 아버지 전상서 아버지 오늘도 하늘은 너무나 맑습니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합니다. 가신곳은 어떠신지요. 하늘의 푸르름을 느끼고 계신지요? 아버지가 떠나신날로 이제 십일째 되는날입니다. 아직은 마음속에 남아있는 아픔이 아버지란 말한마디에도 눈시울이 적셔지네요. 몇일전 아버지가 계신곳을 지나며 많은 생각이 나더군요. 늦은 시간이라 아버지를 뵈려해도 뵐수가 없어 안타깝게만 느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신다음에도 바로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보고싶고, 그리움으로 아버지의 얼굴이 저의 맘속에 자리잡혀있네요. 몇일전 사진을 보다가 문득 아버지가 그리워 사진첩을 들여다 보니 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도 함께 여행을 갔던 사진도 저에겐 몇장 되지 않더군요. 아버지 정말 죄송해요. 살아생전 모시지 못해 살아생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