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작은글

이미 알고있는 것들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이미 부서지고 사라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강물 되어 나락의 폭포로 떨어지고,
저 먼 바다로 흘러가 버린 나를.

언제부턴가
매일 반복되는 말처럼 되새기며,
메아리 속에 사라지길
작은 마음으로 소망했습니다.

지우개로 빗물을 지우듯,
수없이 지워보았지만
이젠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없는 길을 가야 하기에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음을
내 마음 깊이 새겨 넣었습니다.

매듭이 언제 시작되었는지조차 잊은 채,
시간의 굴레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아픔을 풀지 못한 채,
잊으려 애씁니다.

잊는다는 건
내 마음속에 가두는 일.
그래서, 잊는 대신
한 장의 종이에 담아
흐르는 강물에
나 또한 흘려보내려 합니다.

'나의 작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온 후  (0) 2013.07.06
🌫 시간의 얼굴  (0) 2013.07.03
미래...  (0) 2013.04.01
호칭  (0) 2013.03.26
아버지 전상서  (0) 201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