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비가 저 창너머 대지를 향해 서스럼없이 내리치고있다. 소리없이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이내 세상의 모든 소리를 감추기 위해 천둥번개를 몰아치며 창을 세차게 내리치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어느 새 비는 가느다란 빗방울이 되어, 온 세상을 다 집어 삼키고, 세상의 모든 아픔을 감추듯이 처마끝에 쏟아져 내려온다. 언제나, 세상을 휘감으며 소리없이 내리는 비는 무언가에 성이 난듯한 모습으로 처마끝 한 구석퉁이에 세차게 몰아치더니, 이내 작은 이슬이 되어 대지를 향해 살며시 고개를 숙여본다. 비가 내린다. 창가에 비가 내린다. 모든 세상을 휘감는 비가 바람을 가르며 하염없이 내린다. |
- leopard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