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네가 머물다 간 자리엔 식어버린 공기만 고여 있고,
침묵하는 나무들 사이로 내 마음도 깊숙이 결빙되어 간다.
시간은 무심히도 계절을 실어 나르고 어느새 맑은 햇살이 창가에 몸을 뉘우면,
결을 바꾼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 얼어붙은 기억의 조각들이 바스락거리며 깨어난다.
꽃잎 한 점 발치에 내려앉을 때 나는 그 작은 생동에 실려 다시 길을 나선다.
지워지지 않을 듯 선명했던 겨울의 잔상들도 봄바람 한 번에 조용히 흩어져 간다.
그제야 나는 뒤 돌아 보며, 잠시 멈춰 봄을 느끼곤 한다.
봄은 늘 소리도 없이 찾아와 멈춰선 사람을 다시 걷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