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글

지울수 없는 기억

leopardx 2014. 7. 31. 08:36

지워져 간다.
나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바람은 언제나 나의 하루 속으로 스며들어와 기억의 먼지를 일으킨다.
그 바람은 아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듯하지만, 그 안에는 세월의 흔적과 내가 놓쳐버린 시간의 파편들이 실려 있다.
어느새 그것은 나의 마음 한켠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둘씩 흔들어 놓는다.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잊혀지고, 사라져 간다.
기억해야만 했던 사람들, 잊어야만 했던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섞이고 뒤섞여
마치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종이배처럼 서서히 멀어져 간다.
나는 그 배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보지만, 바람은 내 손끝마저 스쳐 지나가며 그 잔향마저 지워버린다.

내가 살았던 날들은 언젠가의 빛으로 남아 있었고, 그 빛은 내 안에서 여전히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빛조차도 언젠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파도에 밀려 사라질 것이다.
망각이라는 이름의 긴 강을 따라 흘러가듯, 모든 것은 그렇게 조금씩 나를 떠나간다.
나는 그 강의 흐름 속에서 발을 내딛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기억의 저편에서 작게 숨을 쉰다.

기억에 없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장면이, 내 마음의 표면 위로 떠오른다.
누군가의 웃음, 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카락,
그리고 한때 나를 품었던 따뜻한 온기 —
모두가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시간의 흐름 속에 녹아든다.

나는 그 조각들을 붙잡으려 애쓰지만, 손끝에 닿기도 전에 흩어지고 만다.
그렇게 나는 나의 지난날을 기억하지 못한 채,
나라는 존재의 껍질만 남은 채로, 조금씩 사라져 간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잊혀지고, 또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아무런 의지 없이,
그저 자연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긴 채,
나는 지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