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글

「한겨울의 길목에서」

leopardx 2014. 1. 6. 17:28

 

 

 

 

인파 속을 걷다
문득 발을 멈춘다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길
그 위에 서서
고개를 떨군 채
지나온 시간을 바라본다

하늘은 흰 눈빛으로 번지고
세월의 노래는 바람에 흩어진다
남은 흔적들은
내리는 눈과 함께
천천히 하늘로 오른다

모든 것이
눈처럼 희게 물들 때
나는 빌어본다

세상의 작은 풀잎 하나까지
하얗게 덮이기를
내 마음도 그렇게
하얗게 스며들기를

지나온 길이 눈에 덮여
기억이 천천히 사라지기를
이제는 닿을 수 없는 그 시간들이
내리는 눈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기를

눈물처럼 고요히
나는 그렇게
빌어본다

 

                                               -  leopard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