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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떠난 그 자리에

leopardx 2025. 12. 28. 21:35

낙엽이 떠난 그 자리에
바람에 흔들리던 마지막 잎이
하루의 끝처럼 조용히 내려앉는다.
작은 움직임 하나에
계절을 바꾸는 법을 배운다.

나무는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
떠나는 것을 슬퍼하지도 않는다.
다음 계절을 맞을 빈 자리를
담담히 준비할 뿐이다.

누군가는 잊힌 것이라 말하지만
나는 안다.
이 조용한 이별이
겨울을 준비하는 숨결이라는 것을.

비어 있기에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빈 가지 끝에서
새순이 움트는 봄의 기적이
이미 그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떨어진 낙엽들이
길가에 모여 작은 별처럼 누워 있다.
색은 바랬지만
아직 따뜻함의 흔적을 품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낙엽은 한 번 더 바람을 탄다.
사라지려는 게 아니라
겨울의 첫 걸음에
작은 길을 내주기 위해서다.

추위가 깊어져도 괜찮다.
긴 겨울이 찾아와도 좋다.
계절이 건네는 단단한 희망이
내 마음에도 뿌리내리는 것을 느낀다.

낙엽이 떠난 그 자리에
새로운 계절이 기다리고 있다.